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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세뇌

요즈음 코로나로 인해 신천지가 급부상함에 따라 사람들이 신천지에 대해 관심도가 높아졌다. 우리는 왜 이러한 종교에 빠지는지 도통 이해할 수가 없다. 세상이 미쳐돌아가서, 멍청한 사람들이여서 이런것을 믿는지 알 수가 없다. 하지만 종교에 현혹당하는 사람들이 지능이 낮냐고 물어보면 그렇지도 않다. 변호사 부터 명망한 사업가, 선생님들 역시 소속되어 있다. 종교에 유혹당하는 사람들은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1984년 조촐하게 창설된 신천지라는 집단이 현재는 35주년을 맞고, 해외까지 포교를 확장하고 있다. 이제는 어찌보면 성공한 기업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이제는 간과하고 무시할게 아니라 오히려 배워야한다고 생각한다. 신도들의 포교방식, 집단의 운영방식등을 말이다. 나의 경험을 토대로 간단하게 분석해 보자. 어떻게 사람들은 세뇌당하는 것일까? 

 

가장 먼저 길거리에서 이들을 마주치게 된다면, 종교와는 무관한 이야기로 시작할 가능성이 높다. 가령 길을 묻는 다던지, 심리학 검사를 한다던지, 아니면 자신이 어떤 동아리에 소속되어 있는데 설문조사를 부탁한다던지 등 이다. 이런 가벼운 접근은 우리에게 경계를 풀게하고 집중하게 한다. 또한 자신의 이야기를 하게된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것을 좋아한다. 특히 자신은 어떤사람인지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상당히 좋아한다. 이들은 교묘한 질문으로 당신이 어떤사람인지 스스로 말하게할 것이다. 여기서 자신이 누구인지 즐겁게 말하게 된다면 1차 목표는 성공이다. 이때 친숙효과가 작용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특정 냄새나, 장소, 행동에 따라 그때 그 분위기가 느껴지는 경우가 많다. 이 분위기는 그당시 감정을 일으킨다. 가령 전여자친구에게 향수를 선물로 받았다면 그 냄새를 맡을때 마다 전 여자친구 생각이 날 것이다. 자신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도 이와같다. 보통 자신에 대해 이야기한다면, 그 이야기 상대는 이미 친숙한 가족이나 친구일 것이다. 따라서 타인에게 이러한 이야기들을 한다면 가족이나 친구와 이야기할 당시에 그 편안한 분위기가 형성될 것이다. 라포가 형성되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무의식적으로 발현되어 의식하지 못한다.

 

이들은 이제 당신을 근처 카페나, 패스트푸드점,등 이야기할 곳으로 유도한다. 여기서 분명 나에게 간단한 음식이나, 음료등을 사달라고 요구할 것이다. 왜 사달라고할까? 이들이 거지여서 사달라는 것만은 아니다. 그러한 이유가 있기도 하겠지만, 그 이유는 사주는 행위가 인지부조화를 유발하기 때문이다. 두가지 이상의 반대되는 믿음, 생각, 가치를 동시에 지닐 때 또는 기존에 가지고 있던 것과 반대되는 새로운 정보를 접했을 때 개인이 받는 정신적 스트레스나 불편한 경험등을 인지부조화라 칭한다. 인간의 뇌는 불편함을 극도로 싫어하여 해소하고 싶어한다. 하지만 이미 했던 행동을 바꿀 수는 없다. 때문에 생각을 바꾸어 버리는 것이다. 내가 무언가를 이들에게 돈을 지불하여 사주었던 행동은 사실이라 이를 바꿀 수는 없다. 따라서 이 돈 갚어치만큼의 수확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대화가 가치있었다고 생각하게끔 만드는 것이다.

 

이제 앉아서 이야기를 하게된다. 보통 이들은 칭찬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우리는 기분이 좋아질것이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하니깐. 이야기를 통해 상대는 나에대해 "이러이러한 사람인것 같다." 식으로 이야기를 진행한다. 예를 들면 이런식이다. "아 세연님은 첫째이실것 같아요~" 여기서 대화는 콜드리딩식으로 진행된다. 내가 첫째인지 둘째인지 나발인지는 상관이없다. 첫째면 좋고 첫째가 아니여도 " 아 왠지~ 책임감이 많아보이셔서요." 처럼 칭찬으로 돌린다. 평소에 자신이 책임감이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드물기 때문에 왠지 맞는것 같다. 이렇게 쌓이다보면 애매하고 두루뭉술한 표현을 사용하는데도 우리는 상대방의 이야기에 완전히 몰입하여 당신을 무조건적으로 믿게된다. 이러한 대화법을 전문용어로 컨그루언시Congruency 라고 한다. 이로써 더 탄탄한 라포가 형성된다.

 

탄탄한 라포가 형성되면 이제 슬슬 부정적인 이야기를 시작할 것이다. 간단하게 요즘 고민이 있냐고 물어볼 것이다. 세상사 인간이라면 고민이 없을 수가 없다. 하지만 이미 탄탄한 라포가 형성되었기 때문에 우리는 이 사람이 대단하다고 생각하며 평소 생각했던 고민들을 말할 것이다. 인간은 부정적인 이야기에 더 관심을 기울이기에 이때 더 이야기에 몰입하게 된다. 그들은 이렇게 이야기할 것이다. "인상이나 기운은 좋으신데 딱 한가지 문제가 있네요. 그것만 없어도 좋았을 텐데 그것 때문에 힘드실 거에요." 충분히 신뢰가 쌓인 전문적인 사람에게 이런 치명적인 얘기를 듣게 되면 우리는 그들의 말을 듣고 불안감에 빠질 수 밖에 없다. 여기서부터 이제 우리는 그들과 함께 이동을 하게 된다.

 

그들과 함께 이동하게되면 신천지 같은 경우엔 공부방에 가며, 불법 다단계는 강의를 듣게되고 대순진리회 같은 불교권 종교에서는 제사를 지내러 가게 될 것이다. 이때 각각의 방식은 다르지만 한가지 공통적인 경험을 하게된다. 바로 나를 제외한 모든 사람들이 열렬히 환호를 하고, 이들이 무척이나 친절하다는 것이다. 가령 불법 다단계 같은 경우에는 강사의 말 한마디에 모든 사람들이 긍정적으로 반응하게 되고 열렬한 액션을 취하는 것을 보게된다. 그리고 나는 나를 제외한 모든 사람들에게 영향을 받게된다. 사람은 집단속에서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바로 군중심리가 형성되는 것이다. 어느덧 정신을 차려보면 어느새 그 집단에 동조하고 있는 나를 보게된다.

 

이렇게 동조하는 순간부터는 되돌리기에 너무 늦어버린 때다. 그 이유는 그들의 장소로 스스로 발걸음을 올려서 다양한 이야기를 듣거나 제사, 기도를 하는 것만으로도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 시킬 이유를 찾으려고 하기 때문이다. 인간은 보통 자신이 틀렸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렇게 많은 시간을 여기다 투자한것이 정당화 되려면 그 시간이 가치있는 시간이었다고 생각하게끔 만들어야한다. 따라서 이 모든시간이 너무 가치있던 시간이라고 생각하게 되면서 그 종교에 드디어 완전히 편입된다. 

 

이와같이 생각을 바꾸게 되는 경우는 역사적 사례에서도 찾을 수 있다.  과거 중국군에게 포로로 잡힌 미군에게 중국군이 글을 쓰면 담배 한 갑을 주겠다고 했는데, 담배 한 갑을 위해 공산주의를 미화, 찬양하고 자본주의를 비난하는 글을 써내고 담배를 받은 사람들은 종전 후에도 공산주의를 미화하는 듯한 언행을 했다고 한다. 담배 한 갑에 자신의 신념과는 반대되는 행동을 했다는 것을 받아들이기 어려워, 사실 공산주의를 지지하고 있었다고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사이비 종교를 믿게되는 것은 절대 한번에 일어나지 않는다. 천천히 조그마한 생각부터 변화시켜 탄탄하게 기초를 쌓고 생각을 장악해 나간다. 이렇게 세뇌된다면 결코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